서울 민속의 성격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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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치국가(文治國家) 5백년의 수도 한양의 뒤를 이어 오늘날까지 6백년의 역사를 헤아리는 서울은 이제 완전히 국제 수준의 현대적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

라 했지만 오늘날은 산천도 옛 모습은 아니니 인사(人事)의 변화는 말할 나위도 없는 얘기이다.
현재 서울 인구 1,000만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서울 토박이(최소한 3대째 사는 집)가 그 1/200에 해당하는 5만명에 불과하다니 서울 풍속이라는 것도 완전히 고전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서울풍속의 성격은 동서남북 각 지방색의 집합인데다가, 기계문명의 발전에 따른 생활구조 및 양식의 변천까지 가중되어 완전히 잡탕적 성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필자는, 그 시기를 비록 민족 수난의 시대였으나 500년 예교국가(禮敎國家)의 수도답게 아직 전통사회의 숨결이 남아 있었던 광복 전까지를 하한선으로 할 작정이다. 당시 서울 인구는 90만명이었다지만 상당수의 외국인을 제외하면 훨씬 줄어든 숫자가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풍속의 성격을 논하기 전에 한가지 밝혀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는 풍속의 개념 파악이다. 원래 풍속이란 두가지 상반된 글자의 합성어이다. 즉 풍은 상풍(上風), 속은 하속(下俗)으로 풍속에는 교화의 뜻이, 속에는 이를 본받는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풍속이란 단어는 다분히 계급성을 띠고 있는 바, 이런 논리에 입각할 때 ‘궁중풍속’‘사대부풍속’도 말도 되지 않지만 반대로 상민풍속 천민풍속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서민사회에는 민속이란 말이 따로 있다. 그러나 민속이라 하면 일반성 보다는 특수성, 보편성 보다는 전문성을 띤 분야의 기능 · 기예 및 어떤 양식 같은 것을 연상하게 된다. 따라서 풍속이라 하면 제도적 · 도시적 · 문화적 · 가변적인데 반해, 민속은 생활적 · 농촌적 · 관습적 · 서민적 · 불변성적 대조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여러 계층인 및 출신지방인이 집결되어 있는 서울의 경우 ‘풍속’이란 낱말은 잘 어울린다고 본다. 풍도 있고 속도 있고 규범도 있고 모방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이 예교국(禮敎國)인 조선왕조의 수도이면서 왕실과 사대부들이 많이 살았으며, 또한 서민들이 이들의 상풍(上風)을 본받으려 노력했다는 관점에서 서울풍속의 특성을 ‘예절성’에 두기로 한다. 따라서 예절의 총본산인 궁중풍속과 사대부풍속 중 특히 궁중용어에 주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속담에 ‘강원도 살결에, 평양 인물에, 서울 말씨’라 한 점도 고려하였다. 천인들은 사대부 사회와는 양 극단적 위치에 있으나 예절성의 거리가 먼 계급이라는 데서 한 두 분야를 채택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