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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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을 나타내는 ‘이를 지(至)’자와 ‘빽빽 밀(密)’자라는 그 명칭이 나타내듯이 대궐에서 이른바 ‘금중(禁中)’으로 가장 지엄하고 중요하여 말 한마디 새어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왕의 침전(寢殿) 주변을 의미하며 구중궁궐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 창덕궁(昌德宮)의 경우는 대조전(大造殿), 덕수궁(德壽宮)의 경우는 함녕전(咸寧殿)이다.
대조전의 경우 몸채인 정당(正堂)을 중심으로 좌우로 약간 높이가 떨어지는 세 채가 이어지는 산자형(山字形)의 구조로서 특히 두드러진 건축양식의 특징은 정당(正堂) 지붕이다. 즉 보통 지붕과 같이 가로지르는 용마루가 없이 기와의 곡선이 그대로 노출되어 기묘한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무량각(無梁閣)으로서 그 뜻은 왕은 천의(天意)를 받들어 지상을 다스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하늘 아래 거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궁궐도(宮闕圖)’(1825∼1831 사이의 작)와『궁궐지(宮闕志)』에 의하면 대조전 외에 그 북동편에 있었던 집상전(集祥殿)과 창덕궁의 통명전(通明殿), 경복궁의 교태전(交泰殿)이 무량각이라 하나 오늘날은 대조전과 통명전만이 남아 있다.
퇴선간(退膳間)은 글자의 뜻과 같이 왕의 수라상을 물리는 일도 하지만 반대로 수라상을 차려 올리는 소임을 하는 곳이다. 소주방이 따로 있지만 침전과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수라를 퇴선간에서 짓고 안소주방에서 차려오는 음식을 데울 것은 다시 데우고, 시저(匙箸)를 놓고 해서 상을 올리는 일을 맡아 하는 곳이다. 대조전의 경우는 서북편 욕실 맞은 편에 퇴선간이 있었으며, 오늘날도 싱크대 놓였던 자리와 찬마루(饌마루)의 자취가 남아 있다.
세수간은 왕의 목욕물, 아침 저녁 세숫물 대령, 기타 수긴(수건), 매우틀[변기(便器)], 타구, 지(요강) 담당을 하는 처소이다. 대조전의 경우는, 1917년의 화재 후 다시 신축할 때 신식 목욕실이 완비되고 나서는 목욕물의 대령이 없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