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풍속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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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이란 글자 그대로 천한 사람이란 뜻으로 양반들의 눈으로 보면 상민도 ‘상것’이라 멸시했는데 그 아래에 속하는 사람들이니 인간 이하의 처우를 받은 인생들인 셈이다.

한마디로 천인이라 하더라도 대개 세 종류로 대별할 수 있다. 즉 ① 종사하고 있는 일이 남이 기피하는 일이어서 천한 인간으로 간주되는 사람 및 그 권속 ② 문서에 기록되어 있는 선천적 후천적 천인 ③ 백정의 세 부류이다. 사대부들의 가치평가로는 ‘천한 것들’하고 일괄되나 그밖의 세인들이 보는 눈은 천한 정도를 1, 2, 3의 순서로 백정을 가장 아래에 놓고 보았던 것이다.
그 내역에 대해서는 식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 무당과 뱃사공[진척(津尺)], 광대, 승려, 신 만드는 사람(갖바치), 상두꾼[상여 메는 사람의 비칭(卑稱)]
② 노비(奴婢)와 기생(妓生)
③ 백정(白丁)」

‘갖바치’는 가죽을 취급한다 해서 장인(匠人)의 축에 못들고 천시했던 것이다. 귀한 여자들의 비단신인 운혜(雲鞋) · 온혜(溫鞋) · 당혜(唐鞋)나 남자들의 목화(木靴)니 태사혜(太史鞋)니 하는 것은 거죽은 비단이나 안은 가죽을 받친 데서 갖바치란 이름이 생겼다. 중은 조선시대 척불사상(斥佛思想)에 기인한 것 같다. 의례히 놈자를 붙여 ‘사설시조’에도

「중놈은 승년의 머리털 쥐고, 승년은 중놈의 상투쥐고…」

라 불러 죄없는 희롱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승(高僧)은 ‘대사(大師)’라 하고 보통 ‘스님’이라 하여 국책(國策)과는 달리 궁중에서 비빈(妃嬪)들까지도 신봉했으니 ‘부녀상사(婦女上寺)’를 금지하는 남성들의 승려관이었던 것이다. 뱃사공도 놈자를 붙여 천시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노비와 기생은 노안(奴案)과 기안(妓案)이 있어 노비는 그야말로 가축만도 못한 노예로, 기생은 양반들의 노리개로서 소위 해어화(解語花)로 꼼짝없이 매어 있어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기생의 경우는 대개 관청에 매어 있는 관기(官妓)로서 노비같이 매매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부상(富商)이나 양반이 소실로 들여 앉힐 때면 속신료(贖身料)를 지불해야 했으므로 팔린다 해도 크게 어긋나는 얘기는 아니다. 백정은 ①의 경우도 아니건만 직업을 바꾼다 해도 그 일족이 세상에서 격리하다시피 기피하는 부류이고 보니 문서에 매어 있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욱 혹독한 차별대우를 받는 직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항에서는 위의 팔천(八賤) 중 지면 관계상 노비 · 백정만 생활풍속 차원에서 뽑아 고찰해 보기로 한다. 이밖에 천인의 부류로서 그 경우에 따른 독특한 이름의 특수 직업인들을 찾아 고찰해 보기로 한다. 이들의 원래 신분은 노비이며, 때로는 상인 중에서도 일시적 돈벌이로 하는 여인도 있다. 이른바 수모하님(手母하님), 따라하님, 기러기아범, 방자(房子) 등의 명칭은 반세기도 못되는 사이에 우리사회에서 가뭇없이 사라진 고전적 존재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