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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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지기는 방직이와 마찬가지 이치로 양반집 수청방(守廳房)을 지키는 사람을 일컫는 이름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수위’가 되겠지만 옛날의 ‘청지기’는 그 임무가 수위 뿐만이 아니었다. 대체로 옛날 사대부집 구조가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중문과의 사이에 바깥 마당이 있고 대문 쪽은 줄행낭(많을 때는 12행낭)이 좌우로 있으며 ㄱ자로 구부러진 한편에는 대개 광(창고)이 있었으므로 그 창고까지 관할하는 것이 청지기의 임무이다. 따라서 전체 하인의 우두머리격이며 따라서 어느 집은 청지기의 권한이 대단하여 주인의 신임 아래 그 집 바깥 살림을 관장하는 집사(執事) 또는 비서 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원래 구종(驅從)이란 말이나 나귀를 부리는 하인인 바, 주인의 신분이 높아 말을 타지 않고 초헌(쿖軒)이나 교자(轎子)를 탈 때 그것을 메는 하인의 총칭이다. 성인이라 상노(床奴)와 머리에 상투 튼 것만 다르고 옷차림은 같지만, 직책의 성격상 앞자락을 양쪽으로 걷어올려 허리띠에 찌르고 다리에는 행전을 쳐서 간단하게 한 점이 다르다.
세도가의 구종들은 주인의 세도를 등에 업고 성격이 기승 · 교만하여 앞에서 벽제(?除)할 때 미처 행인이 몸을 피하지 못했거나, 혹 담뱃대를 물고 있는 것을 보기만 하면 난폭하게 다루는 일이 많았다. ‘벽제’란 신분이 높은 벼슬아치의 행차에 반드시 앞에서 행인들에게 미리 몸을 비키라는 일종의 길 정리이다. ‘예라, 물렀거라’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으로 가도(呵道)라고 한다. 행인들이 길을 가다가 이 가도소리를 만나면 재빨리 몸을 피하여 눈에 안 띄게 숨거나, 집도 없는 들길 같으면 밭두렁에 내려가 엎드려야 한다. 만일 미처 피하지 못하면, 이들의 손에 이끌리어 인근 어느 묘사(墓舍)에 끌려 들어가 혼찌검이 나는 것이다.
이밖에 노비들은 그 주인집 혼사 때도 물론 한몫을 해서 함을 지고 가는 노비는 ‘함진애비’ 신부행렬 앞에서 전복(戰服)에 벙거지를 쓰고 기러기를 안고 가는 사람은 ‘기러기아범’이라 불렀다. 이들은 그때마다 신랑집이나 신부집에서 두둑히 정전[情錢(팁)]을 받고 술상도 받았다.